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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밖에 나가지 않은채 하루를 보내는 날이 평범한 시절이 있었다.
나는 종교,미신 등 초자연적 개념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꽤나 비관적인 입장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아무 일도 없이 스스로를 가둬놓은 듯한 생활을 하면서, 오늘의 운세를 읽을 때면 왠지모르게 들뜨는 마음이 들었다.
정말 이렇게 좋은 운이라면, 오늘 나가봐도 좋지 않을까? 깊이 고민하는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했듯이, 나가도 특별한 일이 무언가 일어나진 않았다. 그냥 잠시 겆고, 햇빛을 받고, 사람들이 지나가는걸 보고
다시 침대의 품으로 돌아왔다. 잠시만 나갔다 와도 떠오르는 가장 따듯한 품이다.
역시 오늘의 운세는 그냥 사람들 기분 좋으라고, 좋은 말만 나에게 보여줄 뿐이라고 비관할 때가 잦았다.
그런데 어느정도 생각을 해보고 나면, 운세가 어떤지 보다 오늘의 운세가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의미있는 지 모른다.
내가 오늘의 운세를 보고 나서야, 침대의 포로생활에서 잠시 벗어났듯이, 주위에 누군가 없어도, 자그마한 새로운 일이 일어나게 해주는 동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마 누군가는 의미없는 달콤한 거짓말로 여길 오늘의 운세에
굳이굳이 내 엉크러진 뇌는 의미를 갖다 붙인다.
믿지 않는 것이, 있어서 좋은 이유를 굳이 생각해본다.
의미없는 속설일 뿐이라도, 누군가에겐 보지못한 빛을 보게 손을 내밀어주는 한마디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잠시만 느낀 따듯함이었더라도 그런게 있다는걸 상기시켜주면 좋겠다. 그러면 운세가 어떻든 있어만 주면 좋을거야
내가 별거 없었던 하루라고 실망했던 운수 좋은 날에 밖에서 느꼈던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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