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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운이다 - 주목열매공방 2025. 8. 18. 13:05
어렸을 적 길거리를 혼자 나돌아다니던 때가 많았다.
가로수, 근처 숲에 열린 열매들을 빤히 쳐다보다가, 손톱으로 반으로 잘개도 잘라보고, 향을 맡아보고, 결국 혀까지 갖다댄 열매들이 몇몇 있다.
생김새는 기억해도 어떤 열매들인지는 이름을 모른다.
그중에서 어렸을 때 유독 맛있게 먹은게 기억나, 검색을 여러번 해서 찾아낸 열매가 있다.
이름이 참 재밌는 이녀석은 주목열매라고 하나보다.
빨간 과육으로 싸여진 열매안에 씨앗이 들어있는 형태로 열매가 맺히는데, 그놈 참 입에 넣어보고 싶게 생겼었다.
심지어 먹어보니 엄청 달큰한 맛이 자극적이었고 꽤나 많이 먹었던 것 같다.
그런데 조금씩 정보를 찾아보니, 과육은 먹을 수 있긴 하나, 잎사귀,그리고 씨앗에 택신이라는 독성물질이 있어
중추 , 심혈관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런걸 어린시절 수십개를 몇번씩이나 집어먹고도 무사히 살아있는 내 삶이
운이라고 해야할지, 비운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태어나길 선택하는게 가능하다면 어떻게될까? 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하는 영화가 기억난다.
내가 의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면 누르진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의식적으로 나의 삶에 대해 고뇌한 순간들은 뇌리에 남지만,
알고보니 죽음과 가까웠던, 의식하지 못한 순간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내 삶 곳곳에 숨어있었다.
고작 작은 나무열매 하나가 그중 하나였단 사실이 지금 알게되니 놀랍기만하다.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운이 좋아서.
그리고 지금 주위에 주목나무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운의 시험을 없애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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