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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 1 . 가족의 시간공방 2025. 8. 19. 11:51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가 등에 천으로 날 감싸 가족 모두가 성당으로 가던 길의 장면이 기억에 있다.
그 기억 이후에 딱히 아버지가 있던 장면은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짧으면 5년 길면 10년동안
아버지는 내 곁에 없었던 것 같다.
1년에 한두번, 갑자기 엄마가 어떤 남자와 시간을 보내고 오라고 했다.
어린 나는 이 남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 10살쯤에야 이사람이 아빠라는걸 인지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의 시간은 5년 간 같이 산 시간이 전부다.
어머니는 10살쯤 까지 날 홀로 보살폈다.
그러나 이후 아버지와 보내는 시간동안, 5~6년간 떨어져 살았고, 당시엔 왜 이렇게 사는건지
나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혼이란 개념은 어린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어떤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든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겐 제대로 이해를 못했었다. 어머니는 내가 크면 다시 돌아올거란 말을 남겼었고,
나는 시간이 지나면 어머니가 돌아올거라고 믿었다. 단지 누나들이 내게 그 말을 믿냐고 쏘아붙였던 장면은 , 내 뇌에 상당히 잘 각인되있다.
큰 누나는 내가 기억해낼 수 있는 많은 장면들 속에서,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기숙사나 학업에 시간을 썼기에 나와 함께 보낸 시간이 꽤나 많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들 보단 많은 시간을 보냈겠지. 몇몇 일들 이후 더 거리감이 느껴지게 됬을뿐
작은누나는 일찍 방황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와 어울리던 시간보다 친구들과 보내던 시간이 아마 더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가족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인건 확실하다. 그 시간이 괴로웠건 좋았건, 함께한 기억이 가장 많다
가족들과의 시간을 핥아만 보자면 대충 이렇다. 내가 대학교를 갔을 때 집을 나갔고, 그 후 가족들과 시간 보내는 데 관심이 없었으니, 함께한 시간보다 떨어져 있던 시간쪽으로 저울이 기울어 지는건 당연지사이다.
그래서 아마 몇몇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가족들과의 시간보다 편했을 것이다.
물론 나 혼자 있는 시간이 가장 편한건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바 없는 것 같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 = 행복한 시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이해되는 공식이 나에겐 어렵게 느껴진다

가족들과의 시간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단편을 읽어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가족은 축복이라는 가설을 나에게 설명해주려 노력했다.
하늘의 뜻에 따라 내 손에 들어와 읽혀준 책들 중에서도, 가족은 너에게 있어 소중한 것이라는 주장을 건넨 녀석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모르겠다는 대답만이 제일 먼저 나오는 입을 가졌다.
내가 가장 많이 해왔을 말이다.
가족과의 시간이 소중한 것이라는 건 대부분 세상의 흐름속에서 자주 보고 들은 사실이다.
나는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내뱉어줄 것이다. 가족과의 시간은 소중한 것이라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일테니까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녀석들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준다면, 나는 모르겠다. 그리고 굳이 알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내 생각을 멈추고 내 주변에 있는 녀석들을 껴안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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