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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의 나무를 보라
세상 모든 푸른 빛깔을 단신으로 자랑하고 있다.
그 듬직한 품은 거리낌 없이 사람들을 끌어안는다.
어찌나 사랑스러운 소리를 속삭이며
타버릴 것 같은 속을 바꿔놓는지
이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 두팔 벌려 안고싶다.
한 밤의 나무
스산한 분위기
막힐듯한 숨을 내쉬는 살갗
그 찌푸림에 어찌 다가갈 생각을 할까?
당장 도망치자. 그 혐오스런 숨결
있는 힘껏, 돌린 등만 늘어날 뿐
소름끼친다.
어떻게 이리 사랑스럽고
도대체 왜 혐오스러운지
이젠 다시는 기대하지 않으리라 되뇌이는 다짐.
하지만 나는 왜 바보같이 씨앗을 뿌리는 걸까?
이것이 자라 나무가 된다는 걸 모르는 걸까?
천치.
눈물담아 기도한다
부디 이 자라난 씨앗을 보고
낮에는 다가가고
밤에는 떠나가자
목림 속에서도 또렷한 안목을 가질 수 있길
그런 지혜가 나에게 생기기를
낮의 나무와 밤의 나무가 같다는 것을 잊지말자
낮에만 보았던 너가 밤에도 똑같진 않을테지
낮에도 밤에도 너의 모습을 담는 눈
그런 눈이, 지혜가..
스스로를 축복하자
축복을 끊임없이 되뇌이기 위해서
스스로라도 축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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